R.I.P. TOSOON
때는 한 달 전..
기어 올라갔다가, 뛰어내렸다가,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스포츠 몬스터에 갔습니다.
집순이지만 이런 것은 좋아합니다.
하지만 집순이이기 때문에 이제서야 처음 갔습니다.
밥 먹을 때부터 흐리던 하늘, 이동하려 보니 비가 쏟아졌습니다.
버스 탈 타이밍에 맞춰 나가기 위해 1층에서 기다리는데, 모던 하우스 이벤트 매장 같은 게 있었습니다.
원래 버스나 지하철 기다리면서 구경하다가 하나씩 사고 그러잖아요?
그곳에서 토순이를 처음 만났습니다.
불 꺼진 집, 잠결에 호다닥 달려 나온 조랭이가 너무 귀여워서 바로 토순이를 줬습니다.
잘 노는 걸 보니 선물하는 보람이 아주 좋았습니다.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.
갖고 논지 10분만에 토순이는 눈 하나를 내주었습니다.
조랭이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토순.
다음날, 하루 만에 토순이는 팔 하나, 귀 하나마저 내주었습니다.
아낌없이 주는 토순.
그리고 만난지 한 달만. 사진 찍은 날짜를 보니 정확히 37일째.
우리 토순이는 그냥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었습니다.
바오밥나무가 되었습니다.
결국 장기까지 나와버린 토순이.
이제는 정말 보내줄 때가 되었습니다.
조랭이는 장난감이 꽤 있습니다. 여기저기서 받은 장난감들, 동생이 사 온 장난감들, 스무 개가 조금 안 되는 것 같습니다. 그중에서도 토순이는 필요해서라기 보다는, 조랭이 생각이 나서 산 첫 장난감이었습니다. 이거 사야지 해서 사러 간 게 아니라, 구경하다가 생각이 나서 산 장난감. 어떤 물건을 봤는데 누군가 생각이 나고 이걸 받으면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하는 그 느낌. 그래서인지 토순이한테 손이 자주 갔습니다. 평소에도 조랭이가 혼자 물고 씹고 하기도 했지만, 이렇게 빨리 보낼 줄이야. 아이들 애착 인형처럼 오래 같이 지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두 달도 안되어 보냅니다. 조랭이는 이런 친구가 처음이라 표현이 과격했던 것 같습니다. 다른 친구는 더 오래 사랑해줄 수 있을지.
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토순이는 조랭이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떠납니다. 조랭이의 마음은 잘 받았겠죠? 안녕 토순아! 고마웠어!
R.I.P. Tosoon, Too soon
+. 그 때 친구도 같은 장난감을 샀습니다. 토순이 근황을 묻길래 저는 이제 토순이 아니고 추노라고 답했고, 그 친구가 보내준 사진입니다.
저 친구는 원래 곰돌이였습니다. 아직 사지는 멀쩡하지만 토끼가 되었네요. 친구네 강아지는 2살이라 그런지 좀 더 매너 있게 대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. 곰돌아~ 앞으로도 강아지 친구랑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~!